직장으로 찾아온 20세 가량의 아가씨.

“서-새-님(선생님) 이 무-건(물건) 하나 파라(팔아) 주-세-요. 저(전) 학비 마련을 하려는 소녀가장인데요 이...것 좀” 어눌한 어조의 주인공을 쳐다보니 20세 가량의 아가씨가 핸드폰 고리와 칫솔 그리고 복주머니를 내밀고 있었다. 하나도 쓸 만한 것은 없었다. 기껏해야 이삼천원 할 것 같아. “그냥 천원만 가져가면 안 될까”하자 “전 구걸하는 게 아니어요(비교적 처음보다 또박한 어조로)”, “그럼 이게 얼마인데(핸드폰 고리)”, “한 개에 5천원 두 개 7천원이요”, “그럼 이건 다른 데서 팔고 만원 줄게‘하며 10,000원을 주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휭하니 가버렸다. 순간 가난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도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순수한 감정이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비록 그 아가씨에게 속을지언정 “이거 정말 예뻐 7천원은 너무 싸. 10,000원 정도는 되겠네”하고 핸드폰 고리를 받아들면서 10,000원을 주었더라면 그녀에게 최고의 천사가 되지 않았겠나? 후회가 막급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가씨 혹 예수님을 알아요. 아니면 우리 방림교회 한 번 와봐”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서운했는지. 소녀에게 값싼 동정을 베풀려다가 도리어 자존심만 상하게 했으니 난 ‘감정의 살인 자’가 아닌가? 단돈 천원만 희사하려다 10,000원을 잃고 물건조차 챙기지도 못하고 전도도 못한 살인자요 바보가 아닌가? 이런 바보가 어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는가? 성장 제자반을 수료하고도 이것 밖에 안 되는 성품을 가졌으니 가롯 유다와 뭐가 다른가? 연민과 사랑이란 상대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보다. 기왕 선심을 쓰려면 상대의 악의와 속임이 보이더라도 수용하는 것이 예수님의 성품이 아닌가? 나는 오늘 간음하다 붙잡혀 찢겨진 옷에 드러난 가슴으로 내 앞에 선 마리아(처녀의 비굴성)에게 이 음탕한 여자여 물러가라 이제 사람들이 물러갔으니 새 사람이 되어라 훈계하는 꼴(선심)이 되었다. 예수님은 간음한 마리아의 죄보다 주님 앞에서 떨고 있는 가련한 여인 마리아를 보았다. 자존심을 구기며 구걸하는 그녀의 처지를 먼저 읽지 못한 나는 오늘도 예수님의 제자로 실패하지 않았나? 주님! 이제 다시 한 번 만회할 기회를 주소서. 어떤 사람에게도 그 인격과 자존심은 있다. 그 인격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면 선이 악이 되는 걸 10,000원어치 배웠다. 주님의 제자는 대화하는 연습부터 배워야 하겠다. “아가씨 이게 너무너무 맘에 들어, 자! 10,000원 거스름 돈 필요 없어. 혹 교회는 다니나 언제 우리 교회 한 번 와 바! 방림교회!

(물건을 사주지 않은 다른 동료에겐 화를 내며 큰 소리 치고 갔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