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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

한억만 /작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런던올림픽 준결승의 1초 오심을 ‘스포츠 역사상
가장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대회 지향점이 클린 올림픽이었기에 장소 자체도 시사성이 있지만, 항상
고질병이었던 오심(誤審)을 추방해야 한다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시작했었다.
그러나 클린은커녕 오심(汚心)의 씁쓸한 이면이 속출되었다. 이러한 오심은
우리 인생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므로 억울하고 부당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일에 대한 반응이 우리 인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 식품회사 회장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선생이 굉장히
비합리적이라고 불평할 때 아버지는 이렇게 훈계했다.
"배우는 처지에선 불평부터 해서는 안 된다. 혹 네가 억울하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라. 너는 지금부터 인생에서 억울한 일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단다.
그래야 네가 사회에서 제대로 살 수 있단다."

나도 어릴 땐 몰랐지만 자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인생 정글 법칙 제1호는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왜 불공평한 일이 많을까?
그 답은 세상은 광야이기 때문이다. 광야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안하고
불확실하기에 불공평한 일은 당연하고, 누구라도 수없이 경험할 수밖에
없기에 그 회장은 아들에게 부당함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이다.

신아람 선수 심판 람차르 씨는 "내 판정은 옳았다."라고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네 살쯤부터 자신은 항상 옳다는
신념을 굳게 믿는다고 한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기에 쉽게 화를
내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화낸 만큼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일이 더 큰 문제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동방의 의인이라
칭찬받았던 욥(Job)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자신보다 불의한 사람도
잘사는데 왜 자신처럼 의롭게 산 사람이 무슨 이유로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느냐’고 하나님께 항변했다.

우리는 욥처럼 자신의 의(義)에 도취한 나머지 그런 상황을 허락하신
주님을 헤아리지 못한다. 스스로 자아에 도취되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부당한 일에 대해 불평하고, 어린아이처럼 눈앞만 보고 판단하며 분노한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아시고 이끄시기에, 인간의 불평 앞에서도
침묵하시며 우리가 스스로 알 때까지 기다리신다. 그리고 어떤 억울한
소리를 들으시고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하셔도, 내 생각처럼 당장 눈앞에서
심판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침묵하신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 작정한
선한 일이 다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냥 지켜보신다.
그런 그분 앞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처럼, 부당한 일도 신의 섭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온 힘을 다할 때 좋은 일은 반드시 찾아온다.
구하고 두드리고 찾았음에도 얻지 못한 경우도 인생에서 비일비재하다.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목표한 것을 얻지 못했다면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나 최선을 다한 사람은 한없이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은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우리도 인생
마지막 여정에서 바울처럼 ‘내가 달려갈 길을 다 마쳤다.’라는 고백이 있기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경주에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훈련 때 흘린 한 방울의
땀은 전쟁터에서 피 한 방울과 같다.’라는 선수들 말처럼, 지금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야만 어떤 경우에서든지 내게 유익한 결과가 온다.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다만 오늘만 있을 뿐이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런 마음으로 뛰어야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2012년 목마르거든 9월호-뿌리를 위하여>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황복실/ 동화작가 “와! 이 더운데 이걸 네가 다 준비했어?”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어릴 적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좋아하는 친구들의 반응에 아침부터 흘렸던 땀이 쏘옥 숨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사실 친구들을 초대한 나만의 이유가 있었다. 괴테가 말했듯 나의 현재 위치는 곁에 있는 친구, 자주 가는 곳, 읽은 책들을 통해 알 수 있다면, 친구는 당연히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자면 그들에게 반드시 예수님을 소개해야 했다. 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내가 화두를 던졌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기뻤을 때를 한 가지씩 나눠보자.” 얼마 전 힘든 일을 겪은 친구를 의식하고 잔인한 질문이란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친구들의 눈이 동시에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샐러드를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고 있었다. 일을 당한 날 새벽, 전화기를 타고 그녀의 다급하고 황망한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어떡해? 걔네들이 아파트에서 떨어졌대. 큰애가 얼마 전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둘이 같이….” 이어지는 그녀의 울음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말은 언론에서나 접할 수 있는 기막힌 내용이었다. 그렇게 동생 둘을 한꺼번에 보낸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우린 늘 그녀의 마음을 살폈었다. 그런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도 기뻤던 것도 딱히 생각 안 나. 그냥 지금은 모두가 나를 왕비처럼 대해줘서 좋아.” 의외의 답이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갖가지 추측을 했었다. 여행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에 그녀의 슬픔을 짐작했고, 잦은 화장실 출입과 달라진 그녀의 사고에 정신적 건강까지 우려했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키워 낸 친구라 더 그랬다.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정신과에 다녀왔는데 24시간 걔네들을 지켰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래.” 네 번째 듣는 말인 걸 보면 그 말이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됐었나 보다. 그렇게라도 지우고 싶은 그녀의 아픔이 그려져 여과 없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누구나 뚝 잘라 떼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친구의 그 일은 한참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고 억측도 난무할 만큼 기막힌 일이 아니던가. 괜한 말을 꺼냈다 싶어 화제를 막 돌리려던 찰나였다. “난 백 원만 보여도 어디든 달려갔어. 겨우 두어 시간씩 자면서 일해 시댁에서 물려준 땅을 지켜 보상도 많이 받았지. 지금은 식구들이 내 눈치만 봐.” 돈 많이 버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녀는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며 그것이 기쁜 일이 될 수 있겠다고 했다. 대장부 같던 그녀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허우룩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목표를 이룬 것 정말 대단해, 그다음 목표는 뭐야?” 이어지는 내 질문에 또박또박 대꾸하던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말문을 닫고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2012년 목마르거든 9월호-햇살드는 방>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배어있는 내외적 인격을 잘 정리하여 행동에 앞서 준비가 철저하며 화해와 이해가 아름답고 긍정적인 정체감과 자존임을 자신 스스로 부여해 가며 자신의 가난 정도를 창피함에 척도를 두지 않으며 아픔으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소유 여부가 타인보다 작고 초라하여 가난한 삶이어도 신체적·정신적으로 맑은 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은 성공 속에만 자신 전부를 끼어놓지 않고 자신이 짊어진 삶을 비관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삶은 순리라는 동그란 바퀴를 달아 성공이라는 침착함에 고지를 멀리 정하고 서서히 굴려가며 자신의 영역을 아름답게 칩니다. 욕심 따위에 길들여지지 않고 좋은 인간관계를 끊어버리지 않으며 쟁취욕에 순종하지 않을뿐더러 죄악을 만들어 비참한 생을 마감하려 하지 않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음만 그득히 품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배신을 하지도 않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주의 신을 내가 떠나

주님의 손이 나를 만드시고

지금 참 행복해요 박남규 /호스피스사역 담당 중보자들의 오랜 기도와 20년 호스피스·전인치유사역의 열매로 ‘사랑의전인 치유센터’ 그랜드 오픈 예배가 지난 6월 17일 오후에 강원도 횡성 현장에서 있었다. 주일 오후인데도 700여 명 이상의 성도가 함께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올려드릴 때, 지난 일이 떠오르며 감격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절망 중에 있는 환자를 셀 수 없이 만났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들은 나와의 만남만으로도 소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이 소망으로 몸부림치는 앞에, 현실은 얼마나 더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를…. 현대 의학은 그들에게 치료 불가능이라는 절망을 확인시켜줄 뿐이었고, 미처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애써 의연하게 맞아야 하는 고통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었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정지된 눈동자가 되어 남아 있다. 25년 전 암환자였던 그에게 처음으로 안수기도를 하는데 가발이 훌러덩 벗겨져 한 올도 남아 있지 않던 그의 머리를 보게 되었다. 머쓱한 모습으로 한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나를 쳐다보던 그 눈망울 속에는 처절한 아픔과 절망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이 환자를 섬김으로 나의 25년 사역이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환자들이 절망이란 자리에서 예수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으로, 성령을 통해 조금이라도 소망을 얻게 하려고 처음엔 봉사자와 함께 환자를 찾아다녔는데, 현실이라는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충돌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사랑의전인치유센터’였고, 오래 기도하고 준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센터에 한 달 전, 환자 두 분이 입소했다. 한 분은 병명도 잘 모르고, 한 분은 다리에 생긴 육종암으로 법정 기준치를 훨씬 넘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분 다 식사를 잘 못하는 희귀성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센터에서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먹지 못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식욕이 생겼다. 어두웠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새벽부터 시작되는 말씀으로 소망을 갖고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환자들의 표정이 하루하루 달라짐을 보면서 감사를 고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며칠 전 두 분은 약속된 일정이 끝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센터에 올 때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제는 꼭 살 수 있다’는 하나님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며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세 명이 부르짖는 통성기도에 놀라 뜰에서 놀던 강아지가 2층 예배실까지 달려와 계속 짖어댄다. 바람 소리에 새소리가 실려 오고 따가운 햇볕도 구름과 숨바꼭질을 한다.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답고 감사의 조건이 된다. 하나님이 함께 계시고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환우들을 가까이에서 종일 섬기는 것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모든 환우들에게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셔서 “다 이루었다!”고 하신 약속과 죽으시고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셔서 “네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선포하신 그 은혜가 오늘도 임하길 기도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후 13:13) 말씀처럼 그 깊은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도 성령을 통해 투병하는 모든 환우에게 충만함으로 회복되는 역사가 이루어지길 소원한다. <2012년 목마르거든 9월호 고통에는 뜻이 있다>